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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새고 있던 물 덕분에 얻게 된 깨달음 두 방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빠른 시간에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기술력에 50만 원을 지불했습니다. 엉뚱한 원인을 찾느라 바닥과 싱크대를 뜯고, 시간과 마음 쓰는 걸 감안한다면 수긍이 가는 금액입니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큰 비용 들이지 않고 문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휴일 아침, 모처럼 늦잠을 잘 수도 있었지만 출근할 때보다 겨우 30분 더 자고 일어나버렸습니다. 부엌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졌지만 어쩐지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가만 보니 싱크대 앞에서 엄마의 머리 꼭대기가 잠깐 보였다가 다시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 엄마, 뭐 쏟았어? - 매트가 축축하게 젖어있네. 물을 쏟은 것도 아닌데. - 싱크대 밑은 확인해봤어? - 열어봤는데 물이 흐른 흔적은 없는데. 거실에서 글을 쓰려..
2022.03.01 -
일과 노동에서 평온을 찾는 '인생 편집(Life-Editing)'
2022년 2월 21일 저녁, 올해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중요한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거든요. 커다란 일 몇 개를 앞두고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날들이 찾아왔습니다. 사실 이 작업들은 모두 설 연휴 때 하려고 다짐했던 것이었지만(1월 29일의 기록) 연휴 다음 날인 2월 3일의 일기를 보면 저는 '눈이 몹시 피로한 채로 잠이 들어 꿈에서도 할 일에 쫓기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 후 20일의 추가 시간을 쪼개어 중간에 5편의 노래 번역 작업도 완성하며 결국 1-2월의 주요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내일은 미리 챙겨둔 연차를 쓰는 날이네요! 이번에는 연말정산 환급금도 함께 들어온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넉넉한 2월입니다. 분명 작년 가을에 「내년에는 안식년을 갖겠다..
2022.02.24 -
2022 청년희망적금 시작하기(feat. BNK부산은행)
오늘(2022년 2월 21일)부터 1991·1996·2001년생을 대상으로 11개 시중은행(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에서 '청년희망적금' 가입이 5부제로 시작되었습니다. 청년희망적금은 매달 1천 원 이상 50만 원 이내로 2년간 저축하면 연 10% 안팎의 금리 효과를 볼 수 있는 상품이라고 합니다. 2022 청년희망적금 금리·혜택 및 신청 가능 시간 은행 기본 금리 5% 저축 장려금(정부 예산으로 지원) 1년 차 납입액 2%, 2년 차 납입액 4% 추가 지급(만기 시) 은행별 우대 금리 최대 1%p 그 외 혜택 비과세 - 신청 자격 : 총 급여가 3600만 원 이하인 만 19세 이상 ~ 34세 이하 청년(1987년 2월 21일까지 출생자) ※ 병역이행 기간(최대 6년)은..
2022.02.21 -
[전시] 이미지와 글자로 만나는 사유의 세계, TIVSOY 개인전 <TIVOGRAPHY(티보그래피)> / 브루커피 부산 동래점
오랜 기간 독특한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TIVSOY(곽현우) 작가님이 부산 브루 커피 동래점에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자 그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티보그래피(TIVOGRAPHY)'라는 명칭은 작가 이름의 앞부분(TIV)과 작품의 장르인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를 합성한 고유 명사입니다. 메인 포스터에는 1층에 전시되어 있던 「HIPHOP」 작품이 삽입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제목 없이 처음 보았을 때는 H와 P, 전원 스위치의 나열로 이루어진 이미지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전원 스위치 버튼의 기호가 영어의 'I'와 'O'로 전환되는 순간, 머릿속에 '힙합'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이처럼 티보그래피 작품들은 먼저 제목을 보지 않고 곰곰이 생각하며 사유하고 ..
2022.02.20 -
[음악] 환한 빛으로 가득 찬 고요, Hammock의 "Silencia"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든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변함없이 일상을 이어가야 할 때 강한 정신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지요. 시간을 잠시 멈출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는 없으니 엉망인 상태에서라도 최선의 결정과 행동을 이어나갑니다. 예민하고 여린 사람들은 벅찬 현실을 헤쳐나가는 와중에 우울과 불안이라는 감정도 감당해야 합니다. 심지의 가장 끝을 향해가는 초의 불꽃처럼 그렇게 번 아웃은 찾아옵니다. 요가와 비파사나(Vipassana, 위빳사나) 명상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그때 즈음이었습니다. 빈틈없는 스케줄 속에서 긴장과 집중을 이어가는 일이 상당한 피로와 시간 결핍을 가져왔습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최대한 차단하며 일에 몰입했지만, 완전히 혼자 있는 순간에는 나의 민낯으로..
2022.02.19 -
[전시]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La Carte N'est Pas le Territoire) / MYOP / 부산 해운대 고은사진미술관
해운대에 이사 온 지 8년이 다 되어 갑니다. 요즘은 사람들에게 이 동네는 제가 평생 동안 살고 싶은 곳이라고 고백합니다. 바다, 숲, 요트경기장, 좋은 식당과 카페들, 그리고 고은사진미술관. 이 모든 것들을 걸어서 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올해 초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반가운 전시 소식을 듣고 첫날부터 찾아갔으나 엄격해진 백신 패스 적용으로 인해 문 앞에서 리플릿만 받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쉽게 쉽게 찍는 백신 접종 완료 QR코드지만 제게는 시간과 돈, 건강을 잃으며 힘겹게 얻어낸 전리품입니다. 마침내 2차 접종 14일째,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바로 고은사진미술관이었습니다. 종종 피드에 전시 소식이 올라왔지만 미리 보지 않기 위해 얼른 넘기곤 했었지요. 텍스트로 먼저 마주한 전시를..
2022.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