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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Ora, 오클랜드!
키위 가족과의 첫만남 우버로 택시를 불렀고, 몇 분 뒤 어느 인도 친구가 모는 검은색 혼다 승합차를 타고 예약해 놓은 숙소로 향했습니다. 제가 내린 곳은 로얄 오크(Royal Oak)의 에이콘 스트리트(Acorn Street). 마당에는 커다란 야자수가 하나가 서 있고, 현관문으로 향하는 돌계단에는 풀이 예쁘게 자라 두 기둥에 감겨 있었습니다. 마치 숲 속에 있는 집처럼 보였어요. "와, 여긴 집들이 하나 같이 다 예쁘네." 짐을 길가에 놔두고 현관문으로 다가갔습니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집 안의 이야기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어요. 두근두근. 처음으로 만나게 될 키위 가족이었습니다. "Oh, hel-low!" 검은 뿔테 안경을 쓴 할머니 한 분이 웃으며 나오셨습니다. 처음으로 뉴질랜드식 영어를 접하..
2018.07.30 -
행운의 증표
2018년 4월 3일 예전에 아버지가 항해를 하다가 잠시 쉬어가셨던 마주로 섬 근처를 지났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밤 10시 50분, 뉴질랜드 시간으로는 새벽 1시 50분이었어요. 바깥 기온은 영하 48도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태평양 밤 바다를 가로지를 때 수두룩하게 박힌 은하수의 별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는 걸 좋아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최첨단 비행기(!)라 그런지 창문도 전자식으로 전부 닫혀 있어 별은 한 점도 볼 수 없었습니다. 난기류도 심하지 않아 마치 깜깜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기분이었지요. 대신, 마음의 난기류가 심했습니다. 아래로는 원하는 삶을 위해 유리 온실을 박차고 나온 후련함이, 위로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가족에 대한 애달픔이 맞부딪쳤지요. 마음..
2018.07.30 -
3시간의 일본 나리타 산책
2018년 4월 3일 부산을 떠난 비행기는 두 시간여 만에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강풍으로 악명 높은 활주로답게 험난한 착륙으로 간담이 서늘해져 내렸어요. 오클랜드행 항공기 출발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 공항 안 카페에서 편히 쉬며 작업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공항 밖의 일본을 그냥 두자니 도저히 아쉬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와이파이나 데이터 없이 저번 일본 여행 때 남긴 4천 엔으로 작은 모험을 감행하기로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내데스크에서 지도와 정보를 얻었습니다. 시간이 줄어드니 목표가 더욱 명확해졌어요. 나리타 시는 나리타 산 신쇼지(일본 불교 진언종)가 유명하지만, 시간이 짧기에 그저 '일본의 차분한 정서가 느껴지는 고즈넉한 카페'에 충..
2018.07.29 -
여행 짐은 인생의 축소판 (뉴질랜드 워킹 홀리데이 짐싸기)
사실 떠나기 하루 전날 저녁에서야 짐 꾸리기가 끝이 났습니다. 하나하나 챙기면서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했는데, 도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힘이 들었어요. 짐을 싸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지만, 흔들리는 멘탈을 부여잡고 한땀 한땀 열심히 그렸습니다. 다 그려 넣어보고 싶었지만 자리가 부족하여 항공 점퍼와 검은색 짧은 니트, 검은색 면 바지, 검은색 반팔 티셔츠, 회색 롱가디건, 자외선 차단 겸용 3단 우산, 카메라 트라이포드와 음식류(홍삼액, 견과류, 등등)는 그리지 못했습니다. '이게 정말 필요할까?' 태어나 처음으로, 돌아오는 티켓이 없는 무기한 여행을 떠납니다. 그러다보니 짐을 싸는 데에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장기간 여행을 위한 짐을 꾸리려면 짧은 시간동안 최대한..
2018.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