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이미지와 글자로 만나는 사유의 세계, TIVSOY 개인전 <TIVOGRAPHY(티보그래피)> / 브루커피 부산 동래점

2022. 2. 20. 16:00Art

반응형

TIVOGRAPHY 개인전 포스터


오랜 기간 독특한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TIVSOY(곽현우) 작가님이 부산 브루 커피 동래점에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자 그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티보그래피(TIVOGRAPHY)'라는 명칭은 작가 이름의 앞부분(TIV)과 작품의 장르인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를 합성한 고유 명사입니다. 메인 포스터에는 1층에 전시되어 있던 「HIPHOP」 작품이 삽입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제목 없이 처음 보았을 때는 H와 P, 전원 스위치의 나열로 이루어진 이미지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전원 스위치 버튼의 기호가 영어의 'I'와 'O'로 전환되는 순간, 머릿속에 '힙합'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이처럼 티보그래피 작품들은 먼저 제목을 보지 않고 곰곰이 생각하며 사유하고 해석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작가님도 사람들이 작품을 곱씹고 생각하며 퍼즐을 풀듯 전시를 감상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타이포그래피 작업의 특성 상 작업이 기발하면 기발할수록, 매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누군가 쉽게 카피할 수 있는 위험 또한 증가할 수 있습니다.

'

티보그래피'처럼 원작자의 정체성과 장르가 함께 드러나는 명칭을 사용해 지속적인 브랜드를 형성하는 것도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내는 좋은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1F

 

1층 전경
티보그래피&#44; Timeless
티보그래피&#44; Hiphop
티보그래피&#44; Tomorrow&#44; Coffee


브루커피 1층에는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는 의미를 담은 「Tomorrow」와 모바일 스위치 버튼을 활용한 「Coffee」, 메인 포스터로 사용된 「HIP HOP」, 시곗바늘 모양(L)을 삭제함으로써 시간의 영원을 담은 「Timeless」 작품이 전시되었습니다. 커피를 만드는 공간 가까이에 「Coffee」 작품이 있으니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1 - 2F 계단

 

티보그래피&#44; Identity
티보그래피&#44; Self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전시된 두 작품. 깨지기 쉬운 연약한 자아(「Self」)와 개인을 보호해주는 집처럼 단단히 형성해나가는 정체성(「Identity」) 작품이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두 작품 사이에 서 있으니 우리는 모두 여린 자아에서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자아로 나아가는 단계 어디쯤 서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2F

 

티보그래피&#44; Dance


그냥 보면 음악을 들을 때 많이 보던 아이콘들인데 이 속에 또 언어가 숨어 있습니다. (찾으셨나요?!) 정답은 무려 「D.A.N.C.E」...! 단어의 뜻에 맞게 음악과 관련된 아이콘이 사용되어 알파벳을 품고 있었다니, 이런 발상들이 너무 신나고 재밌습니다.

 

티보그래피&#44; Drink


이곳이 카페 공간이라 더욱 잘 어울렸던 「Drink」.

티보그래피&#44; Love 시리즈
티보그래피&#44; Love 시리즈


로스팅룸 근처에는 2019년에서 2021년까지의 「Love」 시리즈 작품 4개가 모여 있습니다.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의 스케일은 넓고도 다양하네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와 닿는 작품은 마지막의 '내 사랑은 어디에?'를 표현한 작품입니다. 정말이지 미래의 사랑은 위치를 알 수 없으니 언제 도착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지요. 작품 속의 붉은 위치 표시 아이콘을 보며 미확인된 사랑의 실체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사랑'은 아마 온 인류가 멸망하는 그 순간까지 절대로 놓지 않을 주제가 아닐까요. 티보그래피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지는 걸 보면요.

 

티보그래피&#44; Mine


'내 것'을 찾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MINE」 작품. 오른쪽에 아래로 빛이 떨어지는 긴 조명이 작품 속 손전등의 보이지 않는 빛과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티보그래피&#44; Mentor


「MENTOR」 작품에는 삶에서 '등대' 역할을 해주는 멘토를 상징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마침 조명을 받아 바닥에 퍼진 빛이 등대 불빛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것 같네요. 내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빛이 되어주었던 분들이 생각납니다.

 

티보그래피&#44; Stress&#44; Way


스트레스 받지 말아요, 다른 방법도 있으니! - 라고 두 작품을 이어서 나름대로 해석해봅니다.
'없는(-less)'의 의미로 뒤집어진 r이 L처럼 읽히는 「Stress」 작품과 y가 두 갈래 길로 형상화된 「WAY」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티보그래피&#44; Wear&#44; Full


안전벨트를 잘 착용하라는 의미가 담긴 「WEAR」와 주머니가 두둑해지길 바라는 「FULL」 작품까지 감상한 후 3층으로 이동합니다.



2-3F 계단

 

티보그래피&#44; Over
티보그래피&#44; 일어나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Over(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와 「Fall(실패해도 다시 일어나)」 두 개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OVER를 자세히 보면 분필 글씨가 이어지다가 R의 마지막 획을 분필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완성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미완의 상태인 것을 표현하고 있지요. 지금 시점에서 이 작품을 기록하고 있으니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라는 메시지가 이번 베이징 올림픽과 코로나 대확산 상황에도 힘이 되는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3F

 

티보그래피&#44; Good Bad&#44; I Can&#39;t Live Without You


선한 것과 악한 것은 한 끝 차이. 「GOOD AND BAD」 작품은 작가님이 조커를 보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웃는 이모티콘이 반대 방향에서는 찡그린 얼굴이 됩니다. 돈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뜻이 담긴 「I CAN'T LIVE WITHOUT YOU」 작품은 은행이나 증권 거래소 같은 곳에 걸려 있으면 세련되고 근사할 것 같지 않나요? :)

 

티보그래피&#44; You and I&#44; Kiss


3층에도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나와 꼭 맞는 상대방을 단추와 단추 구멍으로 표현한 「YOU & I」. 그리고 이번에 걸린 전시 작품 중 가장 선정적(!)이었던 「KISS」. S가 두 혀로 표현되었는데 원작은 혀 부분이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 이 작품만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 색깔은 뺐다는 작가님께 다음에는 어른용(?!) 작품들을 묶어서 따로 전시를 해봐도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지요. (///)

 

티보그래피&#44; Confidence
티보그래피&#44; Fear
티보그래피&#44; I Can&#39;t



전시의 마지막 층 입구 쪽에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자신감의 상승과 하락을 이착륙하는 비행기로 표현한 「CONFIDENCE」 옆으로, 부정적인 생각의 못을 뽑아버리는 「I CAN'T」 작품이 걸려있습니다. 큰 액자에 담긴 거대한 철자들을 마주하니 용기와 도전 정신이 생기는 것 같아요. 두려움의 연료 게이지가 가득 올라갈수록 단어가 완성되는 「FEAR」 작품 앞에서는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새해를 맞이하고 가장 바랐던 소원이, 두려운 감정 없이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을 무리하지 않고 해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거든요. 2월의 중순이 되어 돌아보니 우려하던 백신 2차 접종도 무사히 지나갔고, 바랐던 대로 시간과 마음이 허락하는 정도까지만 개인 시간을 할애하여 기록 작업들을 열심히 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컨디션을 유지하고 균형을 맞추는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던 작년이었기에 올해는 선택의 기준으로 '현재 컨디션이 어떠한지'가 '하고 싶은 것'보다 우선순위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FEAR」 작품을 보며 올해는 두려운 마음 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잘 이루어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보았습니다.


티보그래피 판매 포스터
판매중인 티보그래피 포스터. 나는 두번째 작품을 구매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빛나는 TIVSOY 작가님의 티보그래피 작업 과정이 궁금했습니다.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인상 깊었던 대화 중 하나는 '내면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라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작업에 대한 온전한 자유를 바탕으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인데, 역방향으로 누군가의 의뢰를 통해 작업을 짜내는 방식으로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요. 예술의 표현에 있어 방해받지 않는 순수한 즐거움이 얼마나 중요한 원천인지 다시 한번 동감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티보그래피 작품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품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
브루커피는 높은 수준의 커피와 함께 전시 등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부산 해운대에서 시작해 부산 2개 지점, 서울 6개 지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소식은 아래 브루커피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니 많은 분들이 예술 작품과 함께 질 좋은 커피를 맛보았으면 합니다.



 

VREW COFFEE 브루커피

The brightest coffee at the darkest place. 브루커피 공식홈페이지입니다.

vrewcoffee.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