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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여행] 실패 없는 경주 가족여행지 (1) - 스테레오의 낙원,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어떤 취향들은 유전자를 타고 내려온다. 특정한 분야에 유난히 끌릴 수 있는 마음은 내 몸과 함께 이미 생성되어 있는 것이다. 적절한 환경과 우연한 기회를 만나면서 개인의 취향은 보다 다양하고 깊어진다. 내게도 그렇게 형성된 것들이 있습니다. 사진, 다이어리, 음악, 그리고 풀. 글쓰기와 사진은 스스로 기른 취향에 가깝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풀을 사랑하는 마음은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전해져 온 것 같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이 특별한 기억 덩어리로 남아 있다. 그리고 떠오르는 장면은 수 십 권 쌓여 있던 잡지들. 음악과 음향은 아버지가 가장 큰 애착을 가진 분야이자 딸과 소통하는 멋진 수단이 되어주었다. 아버지가 내뿜는 열정이 어린 마음에도 그대로 느껴져서 '음악은 그 자체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매체..
2022.11.13 -
[경주/숙소] 2박 3일간의 치유 - 경주 하동 민속공예촌 속 넓은 정원이 있는 황토 토담집
"아빠는 어디 안 나가도 된다. 이 집에만 있어도 참 좋다." 오랫동안 바다 위에서 지냈던 아버지에게 흙내음이 풍부한 경주의 황토집은 그 자체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공간인가 보다. 여러 가지 일들로 매일을 꽉 채워 보내는 저에게도 자연 가까이에서 추석 연휴의 빈 시간을 만끽하는 것은 참으로 소박한 사치다. 폐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에게 이곳의 맑은 공기는 두 말할 것도 없다. 지난 추석 연휴, 우리 가족이 꼭 필요했던 휴식을 선물해 준 경주 하동의 민속공예촌 속 황토 토담집을 소개한다. 담소를 나누기에도, 글을 쓰기에도 완벽한 정원 큰 길을 벗어나 공예촌이 있는 고즈넉한 동네로 들어선다. 체크인 시간은 오후 3시. 숙소 앞 건물에서 공예품을 판매하고 계신 주인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신다. 사장님의 안내..
2022.10.30 -
서른 둘, 어른이 되어 맞이하는 첫 가족여행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관계를 맺는 집단이 있다. 부모가 될 수도 있고, 그와 유사한 그룹의 형태일 수도 있다. 그 안에서 형성되는 문화는 작은 세계를 이룬다. 그리고 개인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피와 시간을 나눈 사람들은 명시적으로, 때로는 암묵적으로 서로의 역할과 상호 간 약속을 정한다. 각자의 습관에 물들기도 하고, 불편한 점들이 있다면 드러내기도 하면서 우리는 사회를 경험하고 함께 사는 법을 알아간다. 운이 좋다면 가족 구성원들은 큰 어려움 없이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그 경험이 연장되어 가족의 울타리에서 세상 바깥으로 자신의 영역을 무사히 확장해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갈등과 타협(혹은 비타협)의 터널을 지나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 나서야 한다. 다른 동물들에게는 본..
2022.10.19 -
[음악] 잠 못 드는 당신을 위한 천재 뮤지션과 인공지능의 선물, 제임스 블레이크xEndel의 "Wind Down"
2022년 5월,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영국 아티스트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의 낯선 음반을 만났다. 개인의 상황에 맞는 사운드 환경을 제공하는 독일의 소프트웨어 Endel사와 함께 협업한 음반이라고 한다. Endel은 사운드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용자들이 보다 쉽게 집중하고 좋은 잠을 자고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한다. 커버 사진을 훑어보면 아래쪽에 'Science-powered Soundscapes'라고 적혀 있다. 애초에 수면 유도를 목적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제임스 블레이크의 다른 음반들보다 앰비언트적인 특성을 더욱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이 곡들은 마치 2019년 발매된 [Assume Form]의 마지막 트랙 'Lullaby for My Insomniac..
2022.08.19 -
미래에서 풀려나온 실오라기
어느덧 이성적인 사고가 감정을 이겨내는 시간이 찾아왔다. 현실보다는 이상을, 논리보다는 감정을, 치밀한 계획보다는 우연의 낭만을 사랑하는 성질이 만연한 INFP에게 이러한 변화는 유전자를 바꾸는 일이나 다름없다. 본성의 반대편에 서 보겠다는 의지는 1994년 영화 의 여주인공 '테리'를 알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침착함과 평정심을 잃지 않는 그녀의 태도가 그때 당시 나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참을 수 없는 동경이 싹트기 시작한 이후로는 다양한 고난 속에서 테리의 태도를 떠올리게 되었다. 예민함과 불안을 타고났기에 평생 명상과 운동으로 수양이 필요하지만, 10여 년 전의 내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은 그래도 어린 채린보다는 테리 쪽으로 많이 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그마한 발전이..
2022.07.07 -
[전시] 기록을 경험하는 공간, 프랭코의 <HOMEMADE>
요즘 남천동 타코들며쎄쎄쎄에서 사진전을 하고 있다. 5월부터 7월까지 넉넉한 기간으로 열린다. 덕분에 전시에 오시는 손님들도 급하지 않게 본인의 스케줄에 맞추어 한 번에 한 분씩 차분히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사진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일은 컨디션 관리. '체력과 기분이 무너지지 않게 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진행했다. 그래서 4월에는 몸과 정신의 상태를 살피며 살얼음을 걷듯 할 일들을 해나갔다. 전시가 시작되었고 이제야 미뤄둔 피로가 한 움큼 밀려오고 있지만, 마음 편히 잘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정말 후련하다. "돈 쓰고, 시간 쓰고, 피곤해서 아프고, 액자 때문에 짐만 늘고, 이리저리 손해만 보는 사진전을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 손목 통증, 발목 통증, 최근에는 다래끼 초기 증상까..
2022.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