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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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나를 태우지 말고 시간을 태우자
서울로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밤. 할 일을 끝내고 침대에 누웠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늘 포근하게 나를 감싸던 이불이 그날 밤에는 무거운 철판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올 것이 왔구나.' 서늘해지는 호흡과 두근거리는 심장. 좁고 긴 불안의 터널로 들어가기 직전에 나에게 찾아오는 이상신호였다. 1단계 - 정면돌파!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우리는 불안과 걱정을 마주한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긴장과 피로가 쌓이면 평소보다 더 쉽게 에너지가 바닥나고 부정적인 상태로 흘러가기 쉽다. 불안한 감정에 대한 나의 첫 선택은 정면돌파였다. 슬프고 처절한 기분으로 반쪽자리 주말을 보내느니 차라리 원인을 없애는 방향으로 시간을 쓰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불안을 들여다보니 그 속에 '..
2023.07.21 -
성격에 맞는 직업, 과연 존재하는 걸까?
12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끝으로 부산에서의 직장 생활을 마쳤다. "미쳤네! 퇴사 기분 제대로 만끽하는구나?" 폭풍 같은 업무 이후 단 하루 쉬고 새벽부터 출국. 내가 봐도 아주 떠나고 싶어 환장한 사람 같다. (실상은 저렴한 티켓을 구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을 뿐이지만!) 밀라노로 떠나는 비행기에서 2023년의 첫날을 맞이했다. 휴가와 일이 섞인 '워케이션(Workation)'으로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한 달 반 가량 지낼 계획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기록자로서 또 다른 일을 시작하는 3월이 되기 전, 그동안 무진 애써 왔던 나에게 특별한 작업 환경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 이전 직장에서 얻은 것 새벽부터 한낮까지 정신없었던 시간이 지나가고 비행기에서 숨을 고르고 있으니 그동안 후루룩 지나갔던 시간들이 떠오른..
2023.03.26 -
[전시] <My Cherish, Cheerful Companion> 사진전 / 부산 남천 타코들며쎄쎄쎄(쎄쎄쎄 명랑커뮤니티센터)
안녕하세요, 평온을 수집하는 기록자 채린제인입니다. 작년 브루커피 해운대점에서 열린 사진전에 이어 올해는 5/1(일)부터 7/10(일)까지 부산 남천동 타코들며쎄쎄쎄에서 사진전을 열고 있습니다. 전시 제목은 공간 이름의 앞 글자(CCC)를 따서 만들었습니다. '소중하고 유쾌한 친구'는 반려동물을 의미합니다. 쎄쎄쎄에 동물 친구들이 많이 놀러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받아 준비한 전시입니다. 저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뉴질랜드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과 반려동물을 만나고 목격했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범주를 넘어 대자연 속에서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1년간의 여행에서 만 여장의 평온을 수집했습니다. 그중 반려동물이 등장하고, 이국적인 풍경을 느낄 수..
2022.05.01 -
주말에도 기분 좋게 일하는 방법
일요일 저녁, 프랭코 님과 책 제작 관련하여 비대면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다. 집에서 회의를 하기가 힘든 상황이라 맥북을 들고 집을 나섰다. 스타벅스로 향하는 길이었는데, 문득 집 앞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1층 공간이 생각나 발길을 돌렸다. 벽 쪽에 붙어 있는 개인 책상에 앉아 있으니 마치 여행하며 일을 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된 기분이었달까. 옆 옆 자리에는 외국인 여성분이 화상 전화를 하고 있어 더더욱 멀리 여행 온 기분이 들었다. 집에서 31m 정도 떨어진 장소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미팅이 끝났지만 여기 머물며 조금 더 '디지털 노마드'의 기분을 만끽하려고 한다. 몇 주째 나를 괴롭히던 '일요일 밤 우울증'이 상당히 휘발된 것 같다. 내일 출근해야한다는 사실이 무척 편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1..
2022.04.03 -
코로나 확진과 자가격리, 삶을 선명하게 바라볼 기회가 되다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격리 중이라면 지금이야말로 삶의 작은 피정(retreat)을 떠날 기회입니다. 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빗방울이 창문에 후드득 떨어진다. 자동차들이 빗물을 머금은 도로를 지나간다. 집 안의 모든 조명과 음악도 다 끄고서 침대에 누워 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연 상태'의 행복이다. 최근에 이런 기분을 언제 느껴 봤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는데 거의 몇 년간 내게 없었던 감각이란 걸 깨달았다. 문득 뉴질랜드의 명상 센터에 있던 2019년 3월이 생각났다. 10일간 깊은 숲 속에서 '노블 사일런스(Noble Silence)'라고 불리는 완전한 침묵 속에 존재했던 날들이었다. 코로나 확진으로 엄마가 병원에서 안전하게 격리 생활을 보내는 동안 나는 혼자 명상 센터에 있는 것처럼 온전한 정적..
2022.03.22 -
일과 노동에서 평온을 찾는 '인생 편집(Life-Editing)'
2022년 2월 21일 저녁, 올해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중요한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거든요. 커다란 일 몇 개를 앞두고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날들이 찾아왔습니다. 사실 이 작업들은 모두 설 연휴 때 하려고 다짐했던 것이었지만(1월 29일의 기록) 연휴 다음 날인 2월 3일의 일기를 보면 저는 '눈이 몹시 피로한 채로 잠이 들어 꿈에서도 할 일에 쫓기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 후 20일의 추가 시간을 쪼개어 중간에 5편의 노래 번역 작업도 완성하며 결국 1-2월의 주요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내일은 미리 챙겨둔 연차를 쓰는 날이네요! 이번에는 연말정산 환급금도 함께 들어온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넉넉한 2월입니다. 분명 작년 가을에 「내년에는 안식년을 갖겠다..
2022.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