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30 - 12. 01 주제가 있는 작은 독립출판 축제 <제1회 사이숨 책소동> 판매 부스 운영과 워크숍 진행 / 부산 중앙동 오붓한

2022. 2. 2. 15:30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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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 <사적인 파라다이스> 제작기

내가 소중히 아끼는 책 『편집자로 산다는 것(김학원 외 5인 지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리더스북 이홍 대표님이 이런 말씀을 남겼다. 한 권 한 권 만들면서 축적한 자기 경험으로부터

www.privateparadise.org

 


 

사이숨 책소동 포스터가 붙여진 출입문
오붓한의 출입문과 '사이숨 책소동' 포스터들 / ⓒchaelinjane, 2019

 

2019년 11월 30일 토요일 오전 열한 시. 오랜만에 온 중앙동이라 길을 헤맸습니다. 윗길에서 한참 찾다가 그제서야 기억이 나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40계단을 내려갔습니다. 한 템포 늦게 찾아온 기억력이라도 길치에게는 고마운 일입니다. 괜히 마음이 급해져 서두르는 바람에 꽤 쌀쌀한 날씨에도 온몸이 후끈후끈했습니다. '오붓한'의 문을 열고 들어오니 소담님과 규리님이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늦게 도착한 줄 알았는데 사이숨 운영진분들 다음으로 제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고 하네요. 두 분과는 바로 이곳에서 지난 여름에 이내 언니와 나까가 <워터문 프로젝트> 공연을 했을 때 처음 만났습니다. 10월말 구남장에서 인터뷰를 할 때 규리님과 이야기를 나눴고, 사이숨 책소동의 소식통이었던 소담님과는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았습니다. 지난 여름 이내언니와 오랜 만에 만나 사이숨 책소동 참가 제안을 받은 그 날, 언니는 두 분의 이야기를 꺼내며 채린과 참 잘 맞을 것 같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영상 제작과 외국어에 능통하신 규리님과 수려한 요리 실력의 보유자인 소담님,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이내언니와 문구점 응의 프랭코 중용님. 네 사람의 매력과 장점이 혼합되어 <사이숨 책소동>이라는 독특한 행사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소담님과 규리님께 인사를 건네고 미리 배정 받은 책상에 짐을 풀었습니다.

어제 이 시간에는 회사에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면세점 스케줄을 조정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근무가 끝나고 나니 밤 9시였고 그때부터 대표님 허락 하에 밋업 프로그램 숙제를 제출해주신 분들을 위해 회사에 있는 디지털 프린터로 사진 엽서를 제작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안방 창고에 있던 캐리어를 펼쳐 놓고 거실에서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물품과 판매할 책까지 챙기고 나니 시간이 새벽 3시까지 흘러 있었습니다. 책상에 깔 생각으로 캐리어에 챙긴 붉은 담요를 꺼내 펼치고 구겨지지 않게 천으로 둘둘 말아서 넣어 온 책 10권을 꺼냈습니다. 회사일과 책 제작 작업을 병행하며 고생해서 만든 책을 책상 위에 올려두니 기분이 이상했어요. 그리고 드디어 공식적으로 세상에 책을 소개하는 날! 난생 처음 책을 만들고, 난생 처음 이름을 걸고 정식으로 셀러로 참가하는 저에게 이 순간은 무척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채린제인 부스
2019년 제1회 사이숨 책소동의 '채린제인' 테이블 / ⓒchaelinjane, 2019
채린제인 부스 위 &lt;사적인 파라다이스&gt; 책들
윤주가 꽃다발을 들고 찾아와주었다. 그녀의 어깨 뒤에서 담은 한 컷. / ⓒchaelinjane, 2019

 

 


 

창작자들이 일으키는 작은 소란

(<사이숨 책소동 매거진> p.2에서 발췌)

 

반갑습니다. 사이숨은 동네 가수 이내, 동네 시인 소담, 동네 감독 규리, 동네 문구점 아저씨 프랭코가 함께 모여 만든 동네 창작 크루입니다. 사이숨 책소동은 2019년 하반기에 처음으로 개최하는 로컬 책-이벤트입니다.

올여름, 우리는 부산에서 있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던 북페어에 지원했지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 이대로라면 우리는 사람들에게 발견될 수 없을지도'라는 신음에 정신이 들었습니다. 혼자였다면 그대로 자신의 능력이 부족했음을 탓하고 일상으로 돌아갔겠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 자신을 위한 축제를 꼭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북마켓은 처음부터 제외. 북페어라면 뭔가 크고 감당이 안 되는 말이어서 패스. 그렇다면 책 소동은 어떨가요? 라는 제안이 나왔고, 소동이라면 누군가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고도 우리끼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겠다. 그리고 사이숨 책소동은 이렇게 당신의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사이숨 책소동에서 (1)독자는 창작자의 테이블에서 직접 책을 구매할 수 있고, (2)강연/워크숍을 통해 창작자의 이야기와 창작 과정을 전해들을 수 있습니다. 책소동에서는 매회마다 특별한 테마를 소개합니다. (3)창작자들은 제시된 테마에 맞춰 새로운 창작물을 가지고 나옵니다.

저희 사이숨은 로컬 창작자와 연대하며 사이숨 책소동을 통해 우리 안에 있었지만 사라지고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반갑습니다. 여기는 사이숨 책소동 현장입니다.

 

-동네 창작자들의 모임 사이숨 드림

 


 

 

창작자로서 손님을 맞는 일

 

제 옆 테이블에는 'ju8ㅕ'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영님이 계셨습니다. 역시 베테랑답게 도착하시자마자 능숙하게 디피를 끝마치고는 읽을 책과 뜨개질 거리를 꺼내시더라고요. 주영님은 셀러로 참여하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하고 심심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오는 것이 좋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손님들이 제 테이블에 오면 어떻게 말을 꺼내야하나 긴장이 되었는데,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듯 평온한 주영님을 보고 저도 긴장을 풀 수 있었습니다.

오후 12시가 되었고 햇살이 창문을 넘듯 자연스레 <사이숨 책소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규리님과 소담님이 창작자들에게 점심으로 김밥 한 줄과 물을 주셨지만 오후 4시에 있을 밋업 프로그램 걱정에 차마 김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더라고요. 손님들을 기다리면서 프로그램 자료를 보완하려고 했지만 막상 커다란 노트북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있으면 손님들과 소통이 어려울 것 같아 다시 치웠습니다. 대신 다이어리를 펼쳐두고 책이 판매되거나 정리할 내용이 생각나면 조금씩 기록을 했지요.

책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분도 계셨고, 처음 뵙는 자리에서 선뜻 구매를 해주신 분도 꽤 계셨습니다. 명상에는 심드렁한 분도 계셨고, 깊은 이야기를 전해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책을 소개하는 말이 혀끝에서 꼬였는데 일요일쯤 되니 해야할 말이 어느 정도 걸러져서 나오더라고요. 뉴질랜드에서 직접 기록한 노트를 챙겨 갔는데, 많은 분들이 손으로 쓴 기록물에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창작자로서 이런 기회 덕분에 보고 싶은 분들을 만날 수도 있었습니다. 첫날 와주신 홍님이 그 중 한 분인데, 홍님과는 진주에서부터 인연이 깊은 분입니다. 제가 다원에서 공연을 할 때도 보러 와주셨고 진주를 떠나서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따뜻한 교류가 이어졌지요. 지금은 사람과 사진, 글을 사랑하는 힙한(!) 스님이 되셔서 오랜 지인분과 함께 저를 만나러 와주셨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홍님과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홍님은 어린 시절부터 명상을 해오신 분인데 제가 생생하게 기록한 명상 입문기를 너무나 즐겁게 읽어주셨습니다. 가톨릭 신자로서 불교식 수련을 경험한 느낀 점도 홍님께 말씀드렸어요. 우리는 이야기 끝에 '어느 종교든 서로의 시각으로 같은 진리를 말한다'는 사실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홍님이 기거하시는 절로 돌아가셔야 하는 시간이 되어 아쉽게 작별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홍님과의 이야기 덕분에 나의 서툰 명상 경험이 힘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부스에서 담은 홍님 사진
오랜 수련을 해오셔서 그런지 눈빛이 정말 깊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copy;2019.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갑자기 분위기 사진동호회
필름 사진의 대가! 아끼시는 GR2도 가져오셨습니다. 홍님의 카메라에 찍히는 영광을 얻었어요. /&nbsp;&copy;2019.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토요일에는 나의 가장 오래된 소중한 친구가 바쁜 와중에 꽃다발을 들고 축하해주었습니다. 밋업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었는데 친구가 저녁 약속으로 금방 가봐야해서 계단을 내려오는 아주 잠깐동안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일요일에는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동생이 꽃다발을 들고 찾아와주었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 손님들이 훨씬 적었기에 이내언니의 공연도 함께 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독립출판 창작자로서 또 하나 설레는 일은 바로 책방을 운영하시는 분들을 만나는 것! 사이숨 책소동 덕분에 '마이유니버스 책방'의 지은 대표님, '나락서점'의 미은 대표님을 만나 두 책방에 입고를 할 수 있었고 사이숨 책소동이 끝나자마자 창작자로 참여한 '구남장'에도 제 책이 입고되었습니다. 출간 소식이 '북앤스페이스' 민혜 대표님께도 전해져 감사하게도 입고 요청을 해주셨습니다. 첫 책을 낸 작가가 책방과 연결이 되어 첫 입고로 이어지는 것은 사이숨 운영진들이 책소동을 준비하면서 가장 바랐던 것들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첫 책의 데뷔 무대가 사이숨 책소동이 된 게 저로서도 큰 행운이었습니다. 책 판매뿐만 아니라 밋업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되어 창작자 채린제인으로서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사적인 파라다이스>는 사이숨 책소동이 끝난 후 약 한 달 동안 인쇄한 책이 모두 팔리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용기내어 더 많이 제작했어도 좋았을 텐데요.

 

밋업 프로그램 <우리들의 사적인 파라다이스>

 

처음에 북토크로 어떤 프로그램을 해야할지 도무지 정할 수 없어서 무척 힘들었습니다. 책이 행사 일주일 전에야 최종 완성이 되었고 남은 일주일 동안은 밋업 프로그램을 디자인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첫날 홍님이 떠나신 후 밋업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까지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셔서 사진 찍을 여유도 없이 흘러가버렸습니다. 드디어 피할 수 없는(!) 오후 4시가 성큼 와버렸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제 프로그램을 찾아주신 분들을 데리고 워크숍 공간으로 올라갔습니다.

  가파른 계단을 무려 5층 가까이 올라야했기 때문에 숨이 대단히 찼습니다. 가뜩이나 긴장이 되는데 호흡까지 가빠져 머리가 아득해졌지요. 명상을 해보라고 무작정 권하는 것이 아니라 저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240시간 동안의 수련을 1시간 안에 담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지만 최대한 진심을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밋업 프로그램에서 추상적인 공간인 '사적인 파라다이스'가 왜 필요해졌는지, 비파사나(Vipassana, 위빳사나) 명상이 어떤 것이고, 수련 이후로 어떤 변화가 찾아왔고, 내 삶을 꽉 막고 있던 문제들이 어떻게 쪼개어지기 시작했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참여형 프로그램이길 바란 저는 이 프로그램을 찾아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프로그램 초반에 종이에 '부정적 감정'과 '감정을 일으킨 것들'로 크게 두 공간을 나누어 각자에게 남아 있는 감정 쓰레기를 스스로 꺼낼 수 있도록 독려했습니다.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블루투스 스피커로 Cigarettes After Sex의 최근 음반 [Cry]를 틀어두었지요. 5분 정도의 시간을 가진 후 저는 그 다음 슬라이드에서 2018년 무렵 제가 가지고 있던 감정 쓰레기를 모두에게 공개했습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엄마와의 갈등, 밥벌이 노동 선택의 문제, 반쪽으로 살아야 하는 삶, 인정 받지 못한 관계 등을 계기로 두려움과 불안, 우울, 슬픔, 화, 분노, 짜증 등의 부정적인 감정에 시달려야 했던 20대 전반의 모습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다 운 좋게 뉴질랜드행이 확정되고 이 기회를 죽을둥살둥 잡아 겁 많던 내가 모험을 떠난 이야기, 인생에서 부족했던 경험을 채우고 1년간의 모험을 마무리한 명상 수련 코스로 넘어가며 <사적인 파라다이스> 책에 담은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참여자 중 세 분이 숙제로 보내주신 가장 평온한 순간의 사진들을 다함께 공유해주었습니다. 이때 전날 밤늦게까지 제작한 본인의 사진과 PRIVATE PARADISE 문구가 담긴 엽서를 선물로 드렸다. 신기하게도 세 분 모두 '창문'과 '햇살'이 있는 사진을 보내주셔서 우리가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평온의 이미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사진 감상 시간이 끝나고 참여하신 분들의 경험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처음에는 주저하시더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 쓰레기를 밖으로 꺼내주셨습니다. 저처럼 엄마와의 갈등이 심각한 분도 계셨고 본인과 맞지 않는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어 눈물을 보이신 분도 계셨습니다. 제가 겪어낸 시간이기에 마음이 아프고 깊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질의응답 시간이 찾아왔고 제가 드릴 수 있는 최선의 답변으로, 명상이 이 모든 문제들의 정답은 아니지만 스스로 해답을 찾아갈 수 있는 힘이 될 수는 있다고 소개해드렸습니다. 참석한 분들과 함께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의 문제가 자기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감정을 중립으로 만드는 명상으로 인해 감정에 깊이 빠져야 할 예술 창작 작업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는 이 명상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를 다는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감정을 느끼는 범위와 깊이는 변함 없지만 그 감정을 적절히 이용하고 빠져나와야 할 때 출구를 찾을 수 있는 정신력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고요. 어느 것도 단정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제가 겪은 대로 최선을 다해 대답했습니다.

비파사나 명상에서 배운 가장 소중한 가르침은 어떤 자극이 감정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마음 속 '가위질'을 인식하는 것이었습니다. 워크숍의 마지막에는 아까 적은 '부정적인 감정'과 '감정을 일으킨 것들'이 사실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 두 섹션 사이를 찢는 작업으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했습니다. 

 

 소담님 규리님이 제작해주신 스케치 영상 :-)

https://youtu.be/6CAHaApgiuk

사이숨 책소동 '쓰레기' 편 행사 스케치 영상 / ©사이숨

 

<사이숨 책소동>을 함께 한 창작자들

 

1. 문구점 응 (@brand.eung)

제가 아껴 쓰는 독서저널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의 제작자입니다. 문구류, 보드게임, 독립출판물을 중심으로 2년째 1인 창작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디자이너 프랭코님은 원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사이셨다고 합니다. 현재는 '응, 삶은 예술이야'라는 슬로건으로, 기록과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창작 본능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누구든, 무엇이든지,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고 믿으며 사람들이 실천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독려하시는 분입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창작을 통해 더 넓은 범위의 교육을 실천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쓰레기'를 테마로 만든 신작: 창작 모험 노트(문구류를 만들며 낭비되는 친환경 종이를 모아 만든 무지 노트) 

 

2. 호랑이출판사 (@tigerbooks2004)

작가와 독자 모두의 존엄을 도모하는 호랑이출판사는 부산 중구 동광동과 중앙동 일대를 무대로, 독립출판물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는 영물(!) 호랑이 허주영님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2018년에 성매매 문화를 남성들의 시선으로 고찰한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 1>이 출간되었습니다. 예전에 이내언니가 말씀해주셔서 혼자 알고 있다가 이번 기회에 직접 만나뵐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호랑이출판사 부스에 봄눈별 님의 <내 마음속의 난로> 책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 '쓰레기'를 테마로 만든 신작: <달리고 나서 생각한 것>(처음으로 8주 동안 달리기를 하면서 '숱한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건져 올린 계속하기의 가능성'을 실험한 기록)   

 

3. 구남장 (@gunamjang)

해운대 대우마리나 2차아파트 상가 2층에 있는 공간 구남장은 시월님과 문예지 <구남>의 에디터 단님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콤비가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유쾌해서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유튜브도 최고!) 구남장은 작가들의 창작물을 판매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열린 작업실'이라 정기적으로 여러 명의 창작자와 함께 작업할 수 있기도 합니다. (*현재 구남장은 영업이 종료되었습니다.)

- '쓰레기'를 테마로 만든 신작: <구남> 22호 한글날 특별판(주제: 버려지는 이야기) 

 

4. ju8ㅕ(@ju_o87)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집>을 중심으로 그림과 바느질, 뜨개, 도자기 등 다양한 작업에 부드러운 색깔을 녹이며 작업을 이어가고 계신 주영님. 5년 동안 나까, 리아님과 함께 비건 채식 식당 나유타 카페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이번에 주영님의 캐논 필름카메라로 담은 <14짱의 도쿄 여행 사진집>을 보고 감탄하며 구매했었지요. 토이카메라 다이애나 미니를 샀을 때 함께 들어있던 샘플 사진집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다양한 소재로 만든 작품들이 많아 주영님의 부스는 보는 눈이 즐겁습니다.

- <쓰레기>를 테마로 만든 신작: 감정 쓰레기 분리수거 메모지  

 

5. 채린제인 (@chaelinjane)

기록자. 평온을 수집하는 사람입니다. 2018년, 1년간 뉴질랜드로 인생 실험을 떠나 모험의 막바지에 깊은 숲에서 10일간의 Vipassana(비파사나, 위빳사나) 명상 수련으로 비밀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련에서는 글쓰기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난생 처음 겪는 시간 동안 세세한 변화를 관찰하고 싶어 몰래 기록을 시작하고 말았고 나중에야 스승님께 글쓰기 행위에 대한 동의를 구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생활을 하다보니 인생을 답답하게 만들던 고민들이 부서지기 시작한 걸 감지했고 명상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모험을 떠나기 전과 명상 코스 기간, 그 이후의 한국에서의 생활을 겪으며 쓴 일기를 기록물로 엮어 첫 책을 썼습니다.

- <쓰레기>를 테마로 만든 신작: <사적인 파라다이스>

 

6. 이내책방 (@inesbriz)

동네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내님이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을 수 있다'는 컨셉으로 운영하는 이동식 책방. 이내님은 제 20대가 온통 녹아 있는 진주의 다원에서 '인연을 물어다주는 제비'로 통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여전히 고마운 연결 다리가 될 것 같습니다. 6년 동안 저의 세세한 변화를 시간으로 읽어준 든든한 지지자입니다. 그때그때 느끼는 것들과 가까운 누군가가 써 둔 시에 노래를 붙여 노래를 듣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따뜻한 음악을 들려줍니다. 이번에는 소담님이 천화순 할머니께, 규리님이 신종호 할머니께 드리는 창작물 <오!할머니>가 자투리 메모지를 포함한 정성스러운 패키지와 함께 선보여졌습니다.

- <쓰레기>를 테마로 만든 신작: <제로 웨이스트 입문기(=실패담)>(쓰레기 생산의 구조적인 문제로 결국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제로 웨이스트 실천 이야기를 통해 모두가 한번 즈음 생각해볼 수 있는 작은 매거진)

 


 

지원금 없이 소규모로 진행되는 북페어에 입장료(3,000원)를 책정한 것은 상당히 실험적인 운영이었습니다. 뒤풀이 때 이야기를 나눠보니 입장료 덕분에 오히려 독립출판물에 관심이 많은 손님들로 자연스레 필터링이 되어 독자와의 소통 밀도가 높아지고 창작자들의 에너지도 소통에 집중하여 쓰일 수 있었다는 의견에 모두들 동의했습니다. <사이숨 책소동>의 '따뜻한 시도'를 전폭적으로 응원하며 지역에서 건강한 창작 문화 축제가 계속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사이숨 책소동 4인방
사이숨 책소동 한 장면
구남장 단님
시월님과 호랑이출판사 주영님
주영님 부스
주영님의 작품들
책을 구매하는 분들께 드리는 사진 선물
프랭코님
주영님의 필름 카메라
이내 언니
기록 중인 규리님과 부스의 주영님
이내 언니의 노래와 함께 하는 시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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