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기분 좋게 일하는 방법

2022. 4. 3. 23:00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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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저녁, 프랭코 님과 책 제작 관련하여 비대면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다. 집에서 회의를 하기가 힘든 상황이라 맥북을 들고 집을 나섰다. 스타벅스로 향하는 길이었는데, 문득 집 앞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1층 공간이 생각나 발길을 돌렸다. 벽 쪽에 붙어 있는 개인 책상에 앉아 있으니 마치 여행하며 일을 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된 기분이었달까. 옆 옆 자리에는 외국인 여성분이 화상 전화를 하고 있어 더더욱 멀리 여행 온 기분이 들었다. 집에서 31m 정도 떨어진 장소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미팅이 끝났지만 여기 머물며 조금 더 '디지털 노마드'의 기분을 만끽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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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째 나를 괴롭히던 '일요일 밤 우울증'이 상당히 휘발된 것 같다. 내일 출근해야한다는 사실이 무척 편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100% 전념'의 방식이 가져다준 효과라 확신한다. 주말 모두 미팅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꽤 만족스럽게 시간을 운용할 수 있었다. 금요일 밤 시간을 쪼개 보고 싶었던 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냈고, 운동도 원 없이 했고, 사진 산책도 즐겼고, 미팅들도 문제없이 잘 소화해냈다. 바쁘다는 이유로 친구를 보고 싶은 마음을 참지도 않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지도 않았다. 신기한 게 <현재 하고 있는 일에 100% 마음을 쓴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 그 여유 덕분에 중간 중간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상위 인지(metacognition)가 활성화되어 자기 통제도 더 잘 되는 것 같다. 원래 시간에 둔감한 타입인데,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밤까지의 51시간을 훨씬 선명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는 <필요하거나 생각난 일은 그냥 바로 실행한다>는 태도가 좀 더 현실적인 모양이다. 사실 금요일 밤에 친구랑 함께 있는다고 잠을 3시간도 자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작업을 하며 '오후 2시까지 최대한 에세이 작업을 마무리하다가 3시까지 1시간 정도는 잠을 잔다'는 판단을 내렸다. 짧지만 강렬한 낮잠 덕분에 오후 미팅까지 잘 끝낼 수 있었다.

    100% 전념은 100% 자기 신뢰에서 오는 게 분명하다. 예전에는 할 일이 많으면 괜히 부담감에 운동할 시간도 굳이 없애가며 그 일에 매진했지만, 지금은 우선 내려놓고 운동하러 일어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 한 시간 뺀다고 모든 게 엉망이 되지는 않아, 하면서. 운동을 하는 동안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써볼지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작업이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황이라면 머릿속으로 아이디어를 계속 떠올려본다. 충분히 생각할 만큼 했다 싶으면 좋아하는 음악과 근육의 움직임에만 완전히 몰입하는 시간을 가진다. 올바른 부위를 사용하기 위해 자세를 바로 잡고 그 부위의 근육이 잘 써지고 있는지 감각을 좇다 보면 어느새 횟수나 지정 시간을 다 채우게 된다. 완전한 긍정의 상태에서는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것 같다. 정말 쉽게 초조해지는 성격인데, 마음이 명료해지고 이상하리만큼 자신감이 생긴다. 실패에 대한 걱정 대신 "어떻게 하면 될까?"에 집중할 수 있는 열쇠가 온전한 몰입이었다니, 이걸 알기까지 정말 많이 돌아온 것 같다. 눈 앞에 닥친 프로젝트들을 잘 소화해내며 100% 몰두하는 연습을 계속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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