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동화가 되는 마법

2018. 8. 2. 14:53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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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1일 토요일


살다 보면 현실 밖에 존재할 것만 같은 장면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거의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제게 그런 순간은 특별한 행운의 기회가 됩니다. 장면을 흘려 보낼지, 아니면 가로로 담아볼지, 세로로 담아볼지, 표준 렌즈로 담아볼지, 광각 렌즈로 담아볼지, 아니면 망원 렌즈로 무언가를 부각시킬 것인지, 어떤 주제에 초점을 맞출지, 감정이 어떤 장면에서 극대화될지, 생각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간은 그리 오래 주어지지 않습니다.

오레와에서 SUP 보드를 타고 나와 젖은 수트를 갈아입고 있는데 마침 무지개가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그냥 무지개가 아니라 쌍무지개! 뉴질랜드에 와서 한국에서는 몇 년 동안에 볼 무지개를 다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날 본 무지개 만큼 예쁜 건 아직까지 없었어요. 색이 점차 선명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야외 테이블 근처에서 열심히 아들과 강아지를 촬영하고 있는 한 어머니를 발견했습니다. 빛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었지요. 이 잠깐의 시간을 놓칠 수가 없어서 용기 내서 다가가고, 사진 허락을 받아내고, 마음껏 그들을 촬영했습니다.  

두 사람과 한 마리의 강아지, 무지개, 햇살, 바람- 제각각의 요소들이 카메라 프레임 안에서 마음껏 움직였습니다. 그럴 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눈 앞의 장면과 그 속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 잠시 투명 인간이 되는 것 뿐이었지요. 아이 엄마의 이름은 내 이름의 끝 글자와 같은 린 Lynn. 우리가 그 날 그곳에 있었던 우연으로 기록한 사진들 중 두 장입니다.

 

무지개와 린
Orewa Beach, Auckland, New Zealand / ⓒ chaelinjane, 2018
동화 같은 순간
Orewa Beach, Auckland, New Zealand / ⓒ chaelinjane, 2018


매일은 아니더라도 참으로 자주 볼 수 있는 무지개가 이곳 아이들에게는 어떤 감정을 안겨줄까요. 흔해도 여전히 아름답고 신비로운 현상일까요? 지금껏 살면서 제가 본 가장 동화 같은 장면을 담은 날이었습니다. 겨울이 지나가고 남섬으로 내려갈 때쯤, 또 어떠한 감동을 마주할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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