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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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La Carte N'est Pas le Territoire) / MYOP / 부산 해운대 고은사진미술관
해운대에 이사 온 지 8년이 다 되어 갑니다. 요즘은 사람들에게 이 동네는 제가 평생 동안 살고 싶은 곳이라고 고백합니다. 바다, 숲, 요트경기장, 좋은 식당과 카페들, 그리고 고은사진미술관. 이 모든 것들을 걸어서 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올해 초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반가운 전시 소식을 듣고 첫날부터 찾아갔으나 엄격해진 백신 패스 적용으로 인해 문 앞에서 리플릿만 받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쉽게 쉽게 찍는 백신 접종 완료 QR코드지만 제게는 시간과 돈, 건강을 잃으며 힘겹게 얻어낸 전리품입니다. 마침내 2차 접종 14일째,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바로 고은사진미술관이었습니다. 종종 피드에 전시 소식이 올라왔지만 미리 보지 않기 위해 얼른 넘기곤 했었지요. 텍스트로 먼저 마주한 전시를..
2022.02.13 -
[전시] 오클랜드 아트 갤러리 산책 - 고대 유적 기록물부터 현대 미술, 뉴질랜드 페미니즘 제2물결까지
본격적인 겨울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놀라운 건 장마라고 해서 하루 종일 흐린 우울한 날씨가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몇 분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가, 금방 햇볕이 들었다가, 또 흐려지고 바람이 심하게 불다가,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가 하기 때문에 꽤 재밌고 지루하지 않은 장마입니다. 하도 순식간에 바뀌어서 순번을 제대로 정하지 못한 햇빛과 비가 서로 겹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빛이 야자수 나뭇잎 끝에 달린 빗방울 속으로 파고 들어가 귀고리의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제 생애 이렇게 활기찬 장마는 없었습니다. 폭우가 쏟아진 덕분에 자연이 아닌 문화 속에서 모험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오클랜드 아트 갤러리(Auckland Art Gallery / Toi O Tamaki) *2018년 5..
2022.02.05 -
몰입을 위한 백그라운드 사운드
지금 당장 집중이 필요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혼자 있는 공간이든, 누군가와 함께 있는 공간이든 다양한 환경들이 당신의 집중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휴식을 가져도 일로 곧장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면 사운드로 가상의 공간을 조성해볼 수 있습니다. 일요일 밤, 내일 출근을 앞두고 있지만 주말에만 할 수 있는 작업들을 결국 밤까지 붙잡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는 있었습니다. '주말인데 아무 생각 안 하고 좀 쉬면 안 돼?' 하는 게으른 마음과 '주중에 퇴근하고 하려면 얼마나 피곤한지 겪어봤잖아. 조금이라도 편한 주말에 바짝 해두자' 하는 부지런한 마음이 종일 싸우다가 결국 밤에 붙들게 된 것입니다. 꿈같은 휴식 시간이 끝나간다는 아쉬움에 마음이 우울해졌습니다. 선데이 나잇 ..
2022.01.23 -
필리핀의 깊은 정글에서 울리는 평온, FKJ의 “Just Piano” / “Ylang Ylang EP(Live Session)”
평소 좋아하는 모던 프랜치 하우스 음악의 선구자 FKJ(French Kiwi Juice, 본명 Vincent Fenton)가 8곡의 차분한 피아노 곡을 엮은 ‘Just Piano’ 앨범을 Calm앱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프랑스(French) 출신 아버지와 뉴질랜드(Kiwi)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예전에 뉴질랜드에 있을 때 우연히 그의 솔로 퍼포먼스 영상을 발견했고, 루핑(Looping)을 이용하여 모든 악기를 라이브로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에 바로 그의 팬이 되었습니다. 그는 ((( O )))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필리핀계 미국인 뮤지션 June Marieezy와 2019년에 결혼했고, Ylang이라는 필리핀의 정글 속에 스튜디오를 만들었습니다. 깊은 숲 속에 ..
2021.10.04 -
부산 광안리 스테레오북스 공연 <다소 늦은 산책>
스튜디오 일을 끝내고 나니 잃었던 주말을 되찾았다. 그저께와 어제는 작업 과제와 공부, 글쓰기로 빼곡하게 채웠다. 토요일 저녁 시간을 후련하게 보내기 위해서 낮동안은 오로지 할 일에만 집중했다. 지금 하는 일은 파고들수록 해야 할 것들이 솟아난다. 요령 있는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 지난주 이내 언니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보고 공연 소식을 알았다.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디 밴드 '오늘도 무사히(오무히)'가 정규 1집 발매를 기념해 전국 투어에 나선 것이다. 이내 언니는 부산 공연의 오프닝을 밝힐 예정이었다. 장소는 스테레오북스. 찾아보니 광안리에 있는 음악 전문 책방이었다. 공연 날이 될 때까지 오무히의 음악을 유튜브로 먼저 만났다. 함께 갈까, 혼자 갈까 끝끝내 고민하다가 공연 때 울음이 터질 것 ..
2019.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