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 근처 작업 공간: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아트 라이브러리, 원당마을한옥도서관

2024. 3. 20. 21:30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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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서울 구석 동네에 지내는 것은 사뭇 외로운 일이다. 미술관이나 예술서적들을 볼 수 있는 곳에 가려면 대중교통을 한 시간씩 타고 다녀야 하는데, 이제는 버스나 지하철 냄새만 맡아도 진절머리가 날 지경에 이르렀다. 무언가를 즐기기도 전에 이미 지쳐버리거나, 집에 돌아왔을 때 잔잔하게 남아 있는 멀미 때문에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자연이 가까운 동네를 선택한 대가였다. 이제는 정말로 집과 가까운 '대안 공간'이 필요한 순간이다.

  재택근무로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이따금씩 집을 벗어나는 근무 공간이 절실할 때가 있다. 수유와 가까운 곳에서 책과 함께할 수 있는 예술 공간을 탐색해보았다. 덕분에 서울 유명 도서관보다 훨씬 여유로운 환경을 찾아냈다. 이곳들을 알게 된 후로는 멀미를 하면서 1시간 넘게 대중교통을 오랫동안 이용할 필요가 사라졌다. 그야말로 삶의 질이 몰라보게 좋아지고,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걷게 되어 건강도 챙기고 있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아트 라이브러리

- 주소: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238(중계동)
- 운영시간: 화요일~토요일 10:00 ~ 18:00 (일∙월요일, 공휴일 휴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3층 아트 라이브러리 전경 / (c)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3층 아트 라이브러리 전경 / (c)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수유역까지만 걸어가면 지하철로 10분(4호선 노원역까지 6분, 7호선 하계역까지 3분)만에 미술관 근처에 도착한다. 하계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이 나온다. 북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며 재조성된 3층 아트라이브러리는 국내외 미술 전문 학술 및 교양서적, 미술 전문기관 출판자료, 정기간행물, 어린이 도서 등 1만여 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기획도서와 신간, 잡지, 어린이 도서, 미술전문 서적 서가로 이루어져 있으며 책상과 소파가 마련되어 있어 편히 열람할 수 있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3층 아트 라이브러리 / (c)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문을 연 지 이제 1년 정도 되어가는 도서관이라 서가가 어느 정도 비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확인해 볼 만한 책들이 많고, 무엇보다 뮌헨의 어느 서점에서 처음 목격하고 한눈에 사랑에 빠졌던 <On the Necessity of Gardening: An ABC of Art,, Botany and Cultivation> (Valiz Foundation, 2021)이 꽂혀 있는 것으로 이미 나의 기대치를 모두 충족했다. 쾌적한 다인용 책상과 넉넉한 콘센트, 편안한 의자, 시설과 규모에 비해 다소 적은 이용객까지 완벽한 작업 환경을 제공해 주는 장소다. 미술관 본연의 훌륭한 전시는 덤!

 

원당마을한옥도서관

- 주소: 서울시 도봉구 32가길 해등로 17
- 운영시간: 월, 수, 목, 금 (09:00 ~ 20:00) / 주말 (09:00 ~ 17:00)
- 휴관일: 매주 화요일, 법정공휴일, 기타 도서관장이 정하는 날(공지 참고)

원당마을한옥도서관 전경 / (c)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월요일에 문 여는 도서관'을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된 곳. '월요일은 도서관 및 미술관 휴관일'이라는 게 머릿속에 단단히 박혀 있어서 믿지 못하다가, 너무 기쁜 마음에 월요일에 바로 방문했다. 마을버스를 타고 조금 걸어서 도착하거나 여유로운 날이면 1시간 정도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방학3동 원당샘공원과 600년이 넘는 은행나무를 곁에 둔 아름다운 한옥도서관이다. 원목이 주는 감각이 이미 따뜻한데, 여기에 가운데 중정까지 품고 있어 창가 자리에서 책을 읽으면 내 존재마저 귀해지는 기분이 든다. 

 

원당마을한옥도서관 전경 / (c)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다닥다닥 붙어 앉은 책상 자리가 불편하다면 안쪽에 준비된 좌식 공간을 살펴보자. 자리가 조금 불편한 대신 개인 공간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노트북 파우치를 깔고 앉으니 한결 나았다. 재택근무를 끝내고는 서가를 전체적으로 둘러보았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아트 라이브러리에는 없는 <뉴 필로소퍼>가 구비되어 있어 반갑게 읽었다. 그밖에 문학 서가도 매력적이라 다음에는 중정이 보이는 자리에서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용하게 흘러나오는 피아노 연주곡이 공간을 더욱 아득하게 감싼다. 

 

원당마을한옥도서관 전경 / (c)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도서관에서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이유는 잠시 쉴 때도 휴대폰 대신 책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이 저절로 책으로 돌아가는 환경에 있는 것만큼 더 바랄 게 없다. 고생스럽게 멀리 떠나지 않아도 잘 찾아보면 우리를 위한 천국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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