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Ora, 오클랜드!

2018. 7. 30. 19:40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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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 가족과의 첫만남

 

우버로 택시를 불렀고, 몇 분 뒤 어느 인도 친구가 모는 검은색 혼다 승합차를 타고 예약해 놓은 숙소로 향했습니다. 제가 내린 곳은 로얄 오크(Royal Oak)의 에이콘 스트리트(Acorn Street). 마당에는 커다란 야자수가 하나가 서 있고, 현관문으로 향하는 돌계단에는 풀이 예쁘게 자라 두 기둥에 감겨 있었습니다. 마치 숲 속에 있는 집처럼 보였어요.

"와, 여긴 집들이 하나 같이 다 예쁘네."

짐을 길가에 놔두고 현관문으로 다가갔습니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집 안의 이야기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어요. 두근두근. 처음으로 만나게 될 키위 가족이었습니다.

그림 - 첫번째 숙소
ⓒ chaelinjane, 2018
 
  "Oh, hel-low!"
검은 뿔테 안경을 쓴 할머니 한 분이 웃으며 나오셨습니다. 처음으로 뉴질랜드식 영어를 접하는 순간이었지요. 할머니의 이름은 스테파니. 그냥 Stef라고 불러달라고 하셨습니다. 참 낯설고 독특한 영어였어요. 원래 체크인이 오후 3시부터였지만, 제가 3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서 방이 정리될 동안 짐은 현관문 근처에 놔두기로 했습니다.

"Would you like some tea?"

따뜻한 목소리로 차를 권해주셔서 함께 거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스테파니의 딸인 샨, 샨의 어린 아들 알로, 스테파니의 또 다른 딸 레이첼과 가족 손님인 올라, 메디나, 그리고 그들의 어린 아들 제드, 대만에서 온 또래 워홀러인 멜라니까지. 거실과 부엌이 사람들로 북적북적했습니다.
 
레이첼과 스테파니
레이첼과 스테파니 ⓒ chaelinjane, 2018
메디나, 제드, 올라 가족 ⓒ chaelinjane, 2018
귀여운 제드, 안녕! ⓒ chaelinjane, 2018
이날 태어나서 닭고기를 처음 맛 보는 중이라는 알로, 그리고 엄마 샨 ⓒ chaelinjane, 2018
알로의 심장 폭행 미소! ⓒ chaelinjane, 2018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렇게 예쁜 두 아기들, 알로, 제드를 만났습니다. 아기들이 방긋 웃을 때마다 장거리 비행의 피로가 1씩 떨어져 나간 것 같았어요. 이방인이 이 정도인데, 이 생명체를 세상에 내보낸 엄마들은 얼마나 좋을까요! 육아 피로가 상당하겠지만 아이의 아름다운 눈을 마주하는 매 순간이 그저 축복처럼 여겨질 것 같네요. 메디나와 샨의 표정이 모든 걸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첫날의 미션

도착 첫날 완수해야 하는 중요한 미션이 있었습니다. 1시 반쯤 짐을 방에다 풀어놓고 준비한 서류들을 챙겨 얼른 밖으로 나왔어요. 걸어서 2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앞으로 자주 이용하게 될 뉴질랜드 대표 마트인 파킨세이브(Pak'N Save)가 있었습니다. 근처에 은행과 식당, 쇼핑몰이 한 데 모여 있어서 이날 해야 할 일들을 여기서 한 번에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1. ANZ 계좌 활성화하기

 
<준비물>
 
여권거주지 증명(스테파니가 서명과 함께 자필로 우리가 그 집에서 지내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써주었습니다)
워킹 홀리데이 e비자 출력물
현금(저는 500 NZD를 가져갔습니다)


한국에서 미리 열어놓은 ANZ 은행 가계좌(입금만 가능한 상태)를 제대로 쓰려면 Activate(활성화)를 해야 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파킨세이브 앞 상가에 있는 ANZ 은행을 찾았습니다. 처음에 문이 안 열려서 뭐지, 하며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이곳에는 특이한 시스템이 있었어요.

출입문 옆의 버튼을 누르면 → ②내부에 띵-동 소리가 울려 퍼진다 → ③은행 직원들 중 누군가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리모컨 열쇠로 열림 버튼을 눌러줘야 → ④비로소 문이 열리고 은행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은행 업무 종료 시간인 오후 4시 30분이 넘으면 아무리 벨이 울려도 절대로 열어주지 않아요. 아이 셋을 데려온 엄마가 애타게 버튼을 눌렀는데도 절대로 안 열어주더라고요.

한국에서 예약해놓은 곳과 이곳의 지점이 달라서, 이날 비어 있던 4시로 다시 예약을 했습니다. 그 사이에 점심을 먹고 파킨세이브에서 간단히 장을 보고 돌아왔어요. 그때부터는 친절한 은행원의 지시를 쭉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계좌와 연결된 현금 카드인 EFTPOS 카드까지 만들고 나면 중요한 일은 끝입니다. 계좌를 만들면서 넣은 돈은 하루 동안 출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약간의 입출금 내역이 필요한 계좌 증명은 내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계좌 증명은 뉴질랜드에서 급여를 받아 세금을 낼 수 있는 IRD넘버를 신청하는 데 꼭 필요합니다. (IRD넘버는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빨라요! 첨부파일로 계좌 증명을 업로드하면 끝. 하루 만에 IRD넘버가 적힌 이메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

 

 

EFTPOS 카드 발급
이름을 안 새겼더니 카드가 꽤 밋밋하더라고요.

 

 

※ EFTPOS Card

ANZ에 계좌가 있는 뉴질랜드 사람들이 현금 대신 들고 다니는 보편적인 카드. 외곽의 시골에서도 사용 가능하니 한번 만들어 놓으면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EFTPOS Card는 추후에 ANZ Visa Debit Card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요. 지금은 업그레이드를 해서 Visa Debit Card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끔 카드 결제만 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Visa Debit Card는 신용 카드처럼 시큐리티 넘버(뒷면 서명란의 세 자리 숫자)가 있어서 따로 크레딧 카드를 쓰지 않는 워홀러에게 꼭 필요한 카드입니다.

 

그날 저녁은 장을 본 걸로 집에서 해 먹었습니다. 저녁으로 먹은 파스타도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카드처럼 어딘가 밋밋한 맛이었지요. 파킨세이브에서 샀던 하인즈 파스타 소스에는 너무 독특한 향신료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첫 끼라 맛있게 먹었다. 끝내주는 석양과 함께였기 때문이지요. 장거리 비행에 지쳤던 몸은 부드럽고 폭신한 침대를 만나자 영혼까지 데리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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