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 잘 흘러가고 있다

2023. 11. 27. 00:00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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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자신에게 최선을 다한 해였다. 아직 12월이 남아있지만, 분명 남은 한 달도 꽉 채워 지낼 것이기 때문에 미리 자신에게 격려를 건네고 싶다. 창업 수업이 끝나고, 내가 전력을 다하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조금 더 명확히 하는 시간을 보냈다. 외국을 삶의 터전으로 둘 예정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국제적인 웹페이지를 구축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chaelinjane.com" 웹페이지를 발행해 일기와 기록을 테마로 사적인 파라다이스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주말은 워드프레스를 공부하고 홈 화면과 포스팅 규칙들을 정립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역대급 생리통을 겪으면서도 게임 중독에 빠진 사람처럼, 정말로 재미가 있어서 이걸 계속 붙잡고 있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워드프레스가 공부하는 만큼 보이고 바로바로 내 웹페이지에 실험해 볼 수 있으니 성취감이 꽤나 크게 느껴진다. 이쪽 분야로는 전문가인 마르코가 중간중간 유용한 조언을 해주어서 더욱 나다운 공간으로 만들어보고 있다.

나의 결정이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바로 이거야!'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나의 짝꿍이 머나먼 게르만 민족 사람이었다니. 서울에서 혼자 지내는 게 전혀 외롭지 않고, 오히려 필요할 때 전력을 다해 성장할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 마르코는 매일 아침 잠이 덜 깬 모습으로 습관적으로 영상통화를 걸고는 다시 잠이 드는데, 그 숨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많다. 오늘 저녁에는 내 편지를 또 꺼내 읽었다고 사진과 함께 사랑이 가득한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정말이지, 이 정도면 나에게 필요했던 사랑의 온도가 가득 찬다. 사랑에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은, 사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가끔 독일에서 살고 있는 미래의 나를 실감할 때가 있다. 레겐스부르크의 거리를 걷듯 집 앞 거리를 걷는다. 허리를 펴고 꼿꼿하게. 독일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 눈을 내리깔지 않고 당당하게 사람들을 쳐다보고 힘 있고 씩씩하게 인사를 나누는 것. 어깨가 움츠러들 때마다 이곳이 독일인 것처럼 척추를 멋지게 세우고 게슴츠레했던 눈을 또렷하게 뜬다.

"채린, 제발 좀 쉬어. 정말 걱정 돼." 이 당부는 마르코도, 우리 엄마도 늘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쉬는 게 무엇일까. 샤워하면서 예전에 봤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틀어두었는데 여기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일의 달콤함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돌체 파 니엔테(Dolce Far Niente)'를 다시 한번 마주했다. 간절히 원하지만 내가 정말 하지 못하는 것! (ㅠ) 나에게는 글쓰기가 일이자 휴식이다. 그래도 최근 들어서는 '휴식 같은 기분' 말고 '실제 몸의 휴식'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늘 생리통이 멎은 후에 좋아하는 기사 식당에서 건강한 저녁을 먹고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들어와서 뜨거운 샤워를 즐겼다. 일기를 쓰다가 블로그를 열고 말았지만 이 정도면 꽤 적절한 휴식이 아닐까.

내일은 월요일, 그리고 11월의 마지막 주다. 재택근무라는 사실에 더할 나위 없는 감사와 평안을 느끼며,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독일어 공부 좀 더 하다가 하루를 마무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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