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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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에 맞는 직업, 과연 존재하는 걸까?
12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끝으로 부산에서의 직장 생활을 마쳤다. "미쳤네! 퇴사 기분 제대로 만끽하는구나?" 폭풍 같은 업무 이후 단 하루 쉬고 새벽부터 출국. 내가 봐도 아주 떠나고 싶어 환장한 사람 같다. (실상은 저렴한 티켓을 구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을 뿐이지만!) 밀라노로 떠나는 비행기에서 2023년의 첫날을 맞이했다. 휴가와 일이 섞인 '워케이션(Workation)'으로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한 달 반 가량 지낼 계획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기록자로서 또 다른 일을 시작하는 3월이 되기 전, 그동안 무진 애써 왔던 나에게 특별한 작업 환경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 이전 직장에서 얻은 것 새벽부터 한낮까지 정신없었던 시간이 지나가고 비행기에서 숨을 고르고 있으니 그동안 후루룩 지나갔던 시간들이 떠오른..
2023.03.26 -
지속적인 집중에 도움이 되는 장소와 환경 찾기
평소에 즐겨 기록하는 장소들을 떠올려볼 때, '과연 한 사람의 자아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소란과 적막을 오갑니다. 소음이 들리지 않는 배 위의 작업실에서도, 술을 마시는 사람들과 음악으로 떠들썩한 어느 바에서도 비슷한 집중력과 즐거움으로 책을 읽거나 글을 씁니다. 극단적인 환경이지만, 이 두 장소의 교집합을 찾아보면 기록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드러날 것 같네요. 다양한 장소에서 2시간 이상의 몰입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1. 등을 기댈 수 있는 무언가 한 번은 어느 늦은 밤, 10년 만에 다시 본 영화 을 보고 그동안 고여 있던 복잡한 생각들이 마그마처럼 분출되기 직전에 이른 적이 있습니다. 한 가닥의 생각만 뽑아내면 더 깊은 마음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타이밍이었지요. 작은 노트와..
2022.01.31 -
기록의 솔직함에 대하여
꼬마일 때 쓰던 가벼운 일기들은 사춘기를 겪고 어른이 되어 사생활을 누릴수록 그 내용이 풍부해집니다. 금고에 넣지 않는 이상 종이 다이어리에는 보안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100% 솔직하게 기록할 수 없는 일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가끔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를 다 밝힐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떠한 사건에 얽힌 관계 때문일 수도 있고, 가끔은 세상의 눈에서 벗어난 일들을 삶에서 허용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솔직함 1. 기록자의 절벽 기록자 스스로 솔직함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순간은 이야기하고 싶은 일이나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입니다. 저는 이 순간을 '기록자의 절벽(Author's Cliff)'이라고 부릅니다. 그 다음 문장에서 어떠한 사실을 전달할 경우, 마치 절벽 끝에..
2021.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