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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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 밖에서
오늘은 햇살이 좋아서 반팔을 입어도 될 정도였습니다. 엊그제 잠깐 우박이 떨어졌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남극 대륙과 열대 지방 중간에 위치한 남위 40도대는 지구의 감정 변화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구간입니다. 아무튼 오늘 이렇게 봄볕을 맞으니 북섬에서 지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합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어떤 일이 해결되는 시기에 맞춰 남섬으로 내려갈 생각이에요. '가족과 친구'라는 안전지대 밖으로 나온 지도 반년이 되었습니다. 한 달 뒤에는 제가 돌아올 줄 알았던 어머니는 늘 '그만하고 돌아오라'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이제야 무언가를 시작한 것 같은 저로서는 이 모험을 중단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가족의 보호가 존재한다는 건 말도 못 할 행운입니다. 집을 떠나와 방랑객으로 푸대접을 받을 때면..
2018.09.23 -
숲에서 배우는 것들
2018년 9월 3일 월요일 한국은 조금씩 긴 팔 옷을 꺼내 입을 날씨가 되었겠네요. 이곳은 봄으로 진입하기 직전의 사나운 날씨가 연일 지속되고 있습니다. 남쪽에는 폭설이 내리고 중부 지역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요. 제가 있는 북쪽에는 강한 돌풍과 함께 집중호우가 내리고 있습니다. 역시 대자연의 나라답게 구월의 봄을 향한 환영 인사도 투박하고 거친가 봅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흐리고 비가 오다가 오후 네 시가 다 되어서야 강한 햇볕이 났습니다. 빛은 밤부터 얼어 있던 나무 울타리와 흙을 순간적으로 데운 뒤, 아지랑이를 부둥켜안고 흩어집니다. 시간에 형상이 있다면 이러한 모습일까요. 날씨가 좋지 않지만 숲 산책을 멈추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 집 앞의 숲을 둘러보는데 아직까지 ..
2018.09.11 -
루틴과 빛 한 줌이 삶에 미치는 영향
2018년 8월 29일 수요일 내게 잘 맞는 루틴 찾기 아침이 창의적인 활동을 하기에 가장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책에는 이른 새벽에 글을 쓰기 시작하는 작가들에 대한 소개와 함께, 작업 시간을 아침으로 옮기고 기적적으로 능률이 올랐다는 것, 잠을 자는 동안 뇌가 기억 분류 작업을 끝내놓아서 지난 밤에 고민하던 문제가 갑자기 해결이 되었다는 것, 등등 증명 가능한 경험과 이론들로 가득 했습니다. 나에게 맞는 이상적인 시간대를 찾기 위해 이리 저리 실험해보고 있는 중이었기에 몇 번은 일어나자마자 만사 제쳐두고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작업을 먼저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썩 몰입되지 않고 무언가 어색하고 불편했어요. 아침 기운은 언제나 좋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한 기분'은 어디서 생겨난 것이었을까요. ..
2018.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