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탈출, 저녁 식사 전 운동으로 새 습관 다지기

2022. 3. 30. 23:00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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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이 꾸준하지 못한 사람?


    예전에 재미로 본 사주와 성격 분석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해석이 나왔던 적이 있다. 내게는 하늘 높이 솟은 나무 세 그루가 있다고 한다. 쭉쭉 뻗는 나무처럼 시작하는 에너지는 강한데 그만큼 끝 마무리를 하는 게 어렵다고 한다. 부끄럽지만 맞는 말이다. 어렸을 때는 그저 내가 특별히 못나고 부족한 사람이라 그런 줄 알았고, 자책도 많이 했다. 그렇지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운명적인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나니 오히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금은 무언가 <꾸준히>가 되지 않으면 심한 자책 대신 '내가 그냥 이런 성질로 태어나서 힘들어하는 거구나' 하고 최대한 가볍게 생각해보려고 노력한다. 

    많은 일들 중 특히 ‘운동’은 시작조차 어려운 영역이었다. 잘 안 되고, 숨도 금방 차고, 재미도 안 붙여지고, 체격은 나름 운동선수급(?!)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고. 마음만은 운동을 열심히 잘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었지만, 20대 내내 이루기가 무척 어려웠다.


운동이라는 걸 시작해볼까


    어렵기만 한 운동이 나의 삶으로 들어온 것은 오래 전 뉴질랜드 블레넘에서 지냈던 3개월 덕분이다. 집 근처에 근사한 복합 체육관이 있었다. 일이 끝나면 스타디움 2000(Stadium 2000)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그곳에서 운동을 하고, 수영장에 갔다가 사우나에서 몸을 푸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따로 클래스를 듣지 않고 이용권만 끊으면 각자 자율적으로 다니는 곳인 줄 알았는데, 등록하자마자 전문 트레이너가 내 목표를 물어봐주고 몸에 맞는 운동 코스까지 짜 주는 것에 무척 놀랐다. 한 주에 15 NZ$(한화 약 12,600원)만 내면 이 모든 걸 누릴 수 있다니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블레넘에서 지내는 동안 일과 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아주 단순한 삶을 시도해보았다. 쉽지 않았지만 정말 조금씩, 몸에 변화가 찾아왔고 처음으로 운동에 습관을 붙일 수 있었다. 당시에는 매일매일 운동하는 것도 힘들었고 빼먹고 싶은 날들도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일단 꾸역꾸역 다녀보는 것으로 나의 오랜 습관을 조금이라도 흔들어 놓을 수 있었다. 트레이너 선생님이었던 션이 만들어준 맞춤 운동 코스는 한국에 와서도 계속 이어갔다. 솔직히 운동에 열을 올리는 것도 그 시절에 잠깐 지나가는 바람일 줄 알았다. 빈틈없이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4년째 지속하고 있으니, 나에게는 기적이나 다름없다.

이미지 출처 : stadium2000.co.nz
뉴질랜드 블레넘 'Stadum 2000'의 회원 카드 / &copy;2022.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코로나의 습격


    30년 인생 처음으로 운동이 습관이 되어갈 때쯤 이 고리를 질겅질겅 끊어 놓은 것은 (망할 놈의) 코로나였다. 밖에서 내가 바이러스를 옮아올까 봐 밤잠을 못 이루는 어머니의 부탁으로 헬스장 이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전망 좋은 회사의 주식을 억지로 파는 심정으로 귀하게 만들어 놓은 습관을 내려놓았다. 대신 집에서 유튜브를 보며 골반 교정 운동과 홈 필라테스를 해봤지만, 이전의 운동량에 비하면 스트레칭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백신 부작용으로 몸이 확 망가지면서부터는 그마저도 힘에 부쳤다. 결국 우려하던 코로나는 찾아왔고, 격리 생활까지 보내고 나니 제게 남은 건 풀리지 못한 스트레스와 불어난 살뿐. 스텔스 오미클론이니 뭐니 이제는 모르겠고, 다시 예전처럼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 거지 같은 전염병에게 일상을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저녁 먹기 전 1시간 사용하기


    퇴근을 하면 저녁 6시 50분에서 7시 10분 정도에 집에 도착한다. 그리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물을 챙겨 바로 지하 1층 헬스장으로 내려간다. 하루 중 마음 편히 운동하기 가장 적절한 시간대를 생각해보니 <퇴근 후 저녁 식사 전>이 유일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자기 전까지 개인 작업을 하기 때문에 흐름상 저녁 먹기 전 운동이 가장 나았다.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 결과를 살펴보니 식후 운동보다 식전 운동이 지방을 평균 33% 정도 더 태웠다고 한다. 근육 키우기가 아닌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은 식사 전 운동이 알맞다.

    지난 주말을 시작으로 수요일인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낮에 쌓인 스트레스를 운동하면서 증발시킬 수 있고, 러닝 머신 위에서 빠른 속도로 걷는 동안 필요한 경제 뉴스나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너무나 유용한 시간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 다시 활성화된 뇌로 개인 작업을 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집중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다. 효과가 분명하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이 루틴을 이어갈 예정이다. 거의 10개월 만에 재개하는 헬스라 한 달 동안은 욕심 내지 않고 가장 필요한 운동부터 꾸준하게 지속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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