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 간절한 이유

2023. 11. 15. 22:15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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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간과 돈은 한정되어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타인의 시선과 목소리가 비중이 크면 나를 위한 결정을 제대로 내릴 수 없다.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세계관의 축적에 있다. 사소한 일에, 타인의 잣대에 의해 나의 자원이 어딘가로 투입되는 것이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인 것이다. 다만 피가 보이지 않고 아주 천천히, 교묘히 진행될 뿐.


그때 내가 멀리볼 수 있었더라면-1


대학 생활을 시작한 2010년부터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했다. 글을 쓰는 양도 어마어마했고, 방문하는 사람도 많았다.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리뷰를 쓰다가 해외인디음악을 배급하는 레이블의 제안으로 한달에 한번씩 음반을 공급 받아 리뷰를 쓰는 일도 했다. 그러다가 티스토리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이곳도 꽤 훌륭하게 운영을 해나가고 있었다. 중국 해커의 공격으로 사이트를 폐쇄하기 전까지는.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로 돌아와 열심히 하다가 뉴질랜드에서 네이버 해외로그인이 막힌 이후로 어쩔 수 없이 티스토리 블로그를 새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블로그 글 작성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나의 어머니는 자신의 세계관이 너무도 뚜렷해서 나는 오랫동안 그녀의 경직된 사고 안에 갇혀 있었다.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서 돈을 벌 방법은 없다. 취직과 관련된 것이 아니면 죄다 '쓸데 없는 짓'이다. 나는 그 세계관에 맞추어 블로그 또한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다, 취업 대신 내가 잘하는 블로그를 수익이 되는 방향으로 공부하고 키워갔으면. 공무원 공부나 임용 시험 준비가 아니라 충분한 확신과 함께 블로그를 공부하고 계속 실험해 나갔다면 블로그가 지금쯤 나의 훌륭한 수입원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 방향이 단지 글 쓰는 공간이 아니라 충분히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걸 알았더라면. 그때 나의 세계관은 그 부분을 바라보지 못했고, 다시 돌고 돌아 서른이 넘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일을 다시 공부하고 있다.


그때 내가 멀리볼 수 있었더라면-2


다섯살 때부터 일기를 써왔다. 그리고 학생 때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다꾸'를 잘 하는 아이로 인정 받았다. 지금까지도 다이어리를 쓰는 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되었다. 이미 나의 다이어리 자체가 아트북이었고, 충분히 좋은 콘텐츠였다.일기장 컨셉트로 유명한 작가가 된 사람들을 보면서 이십 대때 부끄러워하지 않고 독립출판을 기획했다면, 그토록 좋아하는 기록이 온전히 나의 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린 나이에 뭘 알지도 못하면서 책을 쓴다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기획을 할 줄 몰랐다. 취업 대신 창업하는 눈을 기르고 이런 쪽으로 실험을 계속할 수 있었다면 온전히 나라는 사람의 브랜드를 진작에 세우지 않았을까. 내 세계가 분명하면서도 용기가 없고 두려워서 이 걸 '일'로 만들지 못하고 회사 안에 일단 담기기를 바랐다. 몇년 째 눈물 나는 이중생활, 투잡, 쓰리잡을 잇고 있다. 모든 에너지를 차라리 나의 일에 오롯이 몰입하는 데 썼더라면. 나는 남의 것이 아닌 내 것을 위해 더 달릴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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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행, 결심하다


담겨 있던 곳에서 또 다른 세계를 만날 때 늘 한계와 무력함을 느낀다. 삶에서 새로운 영역을 만날 때마다 두렵고 아득했지만 내가 발을 딛는 영토가 늘어나는 느낌이 좋았다. 집을 떠나 처음 낯선 지역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할 때, 음악을 향유하는 사람을 넘어서 직접 연주하고 무대를 준비해 공연을 할 때, 장기 여행을 떠날 때, 처음 독립출판을 준비하며 고군분투할 때, 삶의 흐름에 따라 사는 지역이 바뀔 때. 나의 결정은 언제나 '세계가 확장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나는 뻗어나가는 동시에 그 상태에서 정착을 원했던 사람이었다. 허공을 날면서 뿌리를 내리는, 그런 말도 안되는 상태에 놓인 사람. 이 에너지와 맞는 상대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삶을 움직여나가는 방향이 같지 않으면 함께할 수가 없는 법. 내가 살고 싶은 모습을 향해 나아가며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었더니 마침내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뻗어나가는 상태를 격려하고 응원해주며 내가 이 세계 어디에 존재해도 나를 담아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공중 비행 중에 뿌리를 내리는 상태가 가능한 사람. 그는 내가 한번도 다루어본 적이 없는 이공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동시에 자기만의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이었다. 나처럼 정신 없고 나아가고 싶은 세계가 많은 사람! 그리고 서로 다른 누군가를 만날 만큼 만나보아서 연애에 대한 과도한 환상도 없고, 곧바로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인연이란 걸 인식하는 관계. 이런 존재라면 평생 곁에 머물며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뜬금 없는 우연 속에 숨어 있던 인연은 자연스레 내게 독일로 향하는 길목으로 이끌었다. 너무 늦지 않게 나의 가족을 만들고 싶고, 그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가능성을 위한 시간이 마냥 무한하지 않다는 것도 알기에 나는 2025년 독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생존의 문제


올해 3월에 서울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나는 2025년을 위한 준비도 해야했다. 내 삶에 전문성을 쌓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독일에서 이어갈 방법이 있는지, 나는 어떤 인간인지 등 스스로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2025년이 생각보다 금방 찾아올 거란 생각이 들자 조급한 마음이 자리를 잡았다. 쉬는 시간조차 모조리 독일어 학습이나 생산적인 일로 채워야한다는 강박에 번아웃이 짙게 찾아오기도 했다.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리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한국이든 독일이든 내가 어디에 있든 상관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이 없을까? 독일어가 능숙하지 않은 초반에도 일할 걱정 없이 독일에서의 생활비 정도는 벌고 싶었다. 사실 낯선 나라에서 언어마저 부족한 상태인 내가 적어도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만큼의 돈을 벌 방법은 퍼스널 브랜딩이나 창업 밖에 길이 없다. 그렇지만 어떻게?

라이프해킹스쿨에서 진행하는 "창업형 인간되기 5일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다. 이 글은 1일차 과제인 블로그 챌린지 미션을 바탕으로 기록되었다. 이 커리큘럼을 통해 나는 지금의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독일에서의 삶을 앞두고 '경제적 자유'가 더더욱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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