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자의 도구] 내가 사랑하는 필름/수동 렌즈들(후지논, 올림푸스, 7장인)

2022. 3. 26. 18:30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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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카메라 '후지필름 X-Pro 2'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내가 X-Pro 2 미러리스 카메라에 기대했던 부분은 <디지털로 기록할 수 있는 필름 카메라>의 역할이었고, 지금까지 크게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MF모드로 사용할 때는 초점이 맞는 부분을 색깔(보통 붉은색)로 표시해주는 '포커스 피킹' 기능이 매우 유용하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렌즈는 많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사용하는 필름 렌즈 두 개와 특별한 렌즈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1. 인생의 큰 모험을 함께 하는 Fujinon 후지논 EBC 135mm f3.5

fujinon ebc 135mm f3.5
Fujinon EBC 135mm f3.5 / &copy;2022.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Akaroa, New Zealand ⎯ Fujifilm X-Pro 2 with Fujinon EBC 135mm f3.5 / &copy;2022.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2018년초에 리얼 렌즈에서 구매한 후지논 준망원 렌즈다. 아래 부분에 M42-FX 마운트 어댑터가 있어 렌즈가 훨씬 길어 보인다. APS-C 크롭 바디에서는 200mm의 화각이 되어 망원 렌즈처럼 사용하고 있다. 1) 258g 정도의 가벼운 무게, 2) 부드럽고 예쁜 보케, 3) 샤프한 선예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최대 개방 시 소프트한 표현도 가능한 점, 무엇보다 4) X-Pro 2 바디에서 표현되는 EBC 렌즈 특유의 색감이 좋았다. 뉴질랜드의 대자연과 여러 도시 풍경들을 이 렌즈로 훑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의 매일 사용했다. 작년에 사진전으로 선보인 12점의 사진 중 10점이 이 렌즈로 담아낸 결과물이었다.

 



2. 우연하게 획득한 보물, Olympus G.Zuiko 50mm f1.2

olympus gzuiko 50mm f1.2
Olympus G.Zuiko 50mm f1.2 / &copy;2022.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Igidae Park, Busan ⎯ Fujifilm X-Pro 2 with Olympus G.Zuiko 50mm f1.2 / &copy;2022.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2017년쯤이었나, 지인분이 고장난 올림푸스 필름 카메라를 마음대로 쓰라며 선물로 준 적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이 렌즈가 눈에 들어온 건 3년이 지나서였다. 그동안 이 렌즈를 써볼 생각을 왜 못했지?! 하며 얼른 OM-FX 마운트 어댑터를 구입했다. 그렇지만 너무 오랫동안 고장 나 있었던 까닭일까. 렌즈의 조리개가 최대 개방에서 유막으로 인해 더 이상 조여지지 않는 상태였다. 그래도 낯선 필름 렌즈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렘이 더 커서 며칠간 고장 난 채로 써보기로 했다.

    친한 친구의 카페에 가서 렌즈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평소에는 철저하게 바디에 렌즈를 장착하는데, 그날따라 바디에 완전히 물리지 않았는지 렌즈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제대로 뭘 해보기도 전에 진짜 고장이 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고장났던 조리개가 충격으로 인해 다시 움직이게 된 것! 황당하고 기가 막힌 일이다. 다시 유막 현상이 생기면 주저 없이 수리점으로 달려가리라 생각했지만, 그날 이후로 한 번도 고장이 나지 않은 상태다. 이 렌즈는 나에게 행운과 마찬가지다.



3. 토이 카메라 감성 그대로, 7Artisans 25mm f1.8 for Fujifilm X

7Artisans 25mm f1.8 / &copy;2022.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Me in Jeju ⎯ Fujifilm X-Pro 2 with 7Artisans 25mm f1.8 / &copy;2022. Chaelinjane All Rights Reserved



    7장인에서 만든 25mm f1.8은 사진을 사랑하시는 지인(홍님)이 깜짝 선물로 준 것. 내가 가지고 있는 화각이 10-24mm, 35mm, 50mm, 135mm, 50-230mm이었는데 25mm가 없는 것 같았다며 챙겨주셨다. (커다란 감동ㅠ) 크롭 바디로 환산 시 화각대는 37.5mm 정도 되어 표준 화각대와 비슷하게 나온다. 작고 가볍지만 알루미늄 바디의 만듦새가 단단하다. 조리개링과 초점링이 굉장히 부드럽게 돌아간다. 조리개가 최대 개방에 가까울수록 주변부에 비네팅이 생기고 화질 저하가 일어나지만, 토이 카메라로 찍는 듯한 느낌이 들어 레트로한 맛으로 사용하기 좋다.





    필름 렌즈들은 일일이 초점을 맞춰야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 수고로운 과정과 독특한 결과물까지 내가 바라는 욕구를 완벽하게 충족해준다. 쉽게 찍히는 것보다 애써 그려지는 사진을 사랑하니까. 이 렌즈들과 함께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세상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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