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연애(3)
-
무엇을 확신할 것인가
2024년을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나에게 이번 1월은 '2025년 마이너스 12월'의 개념에 더 가깝다. 삶의 방향이 명확하게 정해졌으므로 회사일 이외의 거의 모든 시간이 새로운 미래로 향해 있다. 사랑과 삶의 가치를 한 군데로 모을 수 있어 폭발적인 집중을 만든다. 좁고 한정적인 세계가 아니라, 사막과 바다처럼 막막할 정도로 드넓게 펼쳐진 인생을 마주할 때 나에게 이런 반응이 일어나는 것 같다. 마침 그 세계를 함께 바라봐주는 이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내 인생은 책과 글에 바짝 붙어 있다. 그 말은 책상 앞에서 비정상적으로 긴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하다는 뜻이다. 책과 글은 보통 타인과 함께하기보다는 혼자만의 영역이라, 이런 특성 덕분에 홀로 있는 시간을 외로움이나 고통 없이 기꺼이 즐길 수 있다..
2024.01.31 -
'워케이션'으로 만끽하는 이탈리아와 독일의 겨울
기회를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 2022년 12월 30일 금요일, 4년 5개월 동안 몸을 담았던 직장의 마지막 근무날. 그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에게 두 달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 기간 동안 이탈리아에서 결혼할 언니를 만나고, 독일에 있는 연인을 만나러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몇 년 동안 오랜 휴식은 바랄 수 없는 일이었다. 기억에 남는 가장 진한 휴식이라면 2022년 3월, 코로나로 인해 격리된 채 지냈던 일주일이 전부. 회사일을 하면서도 의뢰받은 글을 쓰는 일과 번역일, 사진일 등의 작업들을 병행하느라 몸과 마음이 바빴고, 다니던 회사도 일주일 이상의 순수한 휴가를 가지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나의 특기는 무엇보다 나는 슬프지 않아야 하는 사람이라, 허락된 여건 안에서 행복과 만..
2023.09.17 -
'자발적 고립'으로부터 시작하는 독립 생활
독립, 온전한 인간이 되는 연습 서울 생활 4개월 차.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충분한 시간이다. 그동안 낯선 분야의 일을 익혔고, 막막했던 첫 장거리 연애는 안정 궤도에 올랐다. 매일 회사일, 외국어 공부, 제2의 삶을 위한 공부, 독서, 글쓰기, 집안일에 전념하며 지낸다. 요리와 자잘한 집안일은 독립생활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내 몸과 터전을 직접 돌보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생존 본능을 일깨워주니까. 아기새가 야생에서 먹이를 찾고 둥지를 만드는 것처럼 인간은 독립을 통해 생물로서의 본성을 회복한다. 첫 서울생활을 시작한 3월, 이곳의 생활 물가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독립을 시작하자마자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생존 전략을 세웠다. '수입의 50% 저축'이 목표다. 가까운 미래에 커다란..
2023.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