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라글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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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라글란에서 생일을 (2) ─ 마누베이 서핑과 중심가 산책
2018년 6월 26일 화요일 와나우 캠핑장의 아침 은은한 빛이 눈꺼풀에 닿습니다. 간밤에 꿈에서 봤던 물고기들이 머릿속을 희미하게 헤엄치고 다녔어요. 어, 이거 분명 길몽인데! 하늘이 생일 선물로 툭 던져 놓고 간 게 틀림없었습니다. 막연하게 좋은 일이 있을 거라 기대하니 잠에서 깨기도 전에 미소가 번졌어요. 생일은 하루 지났지만 이왕 주말에 낀 거 일요일까지만이라도 즐거운 기분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4월 초 오포우티어 캠핑 이후로 드디어 두 달 반 만에 야외에서 맞는 두 번째 아침입니다. 오포우티어에서 피톤치드에 취해 아침부터 정말 기분이 좋았거든요. 여기서도 얼른 상쾌한 아침을 누려야겠습니다. 앞좌석에 놔둔 세면도구와 카메라를 챙겼습니다. 차 안의 공기가 새벽처럼 으슬으슬해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2018.08.04 -
뉴질랜드 라글란에서 생일을 (1) ─ 캠핑 여행
2018년 6월 25일 월요일 처음으로 외국에서 맞이하는 생일 지난 토요일, 낯선 외국 땅에서 생일을 맞았습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다 있네요. 하긴 두 달 전 제 일상을 전부 뒤엎은 것으로 매일이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단순히 새 페이지가 아니라, 종이의 재질과 두께, 펜의 종류와 잉크마저 모두 바뀐─ 위에 있으니 딱히 더 새로울 게 없긴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별 수 없이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짜를 부여받았기에, 늘 똑같이 해가 뜨고 지더라도 그날만큼은 00시 00분과 23시 59분 사이의 시간 토막을 조금 더 선명하게 의식하게 되지요. 뉴질랜드에서의 6월 23일은 새로운 시간들 사이에서 작은 오름처럼 솟아올라 있었습니다. 생일날 아침에 캠핑 짐을 싸기 전, 가족 카톡방에 장문의 편지를 남겼습니다...
2018.08.03